내차결함포털 사용설명서

막을 수 있었던 ‘급발진 참사’

2016년 8월 부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 둘과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바닷가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5분 후, 동네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차가 폭주했죠. 결국 운전자(할아버지)를 제외한 일가족 4명이 사망했습니다. 유례 없는 ‘급발진 참사’였습니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유족들을 직접 취재한 첫 번째 언론사였습니다. 사고 기사는 많았지만 사고 당사자를 취재한 언론은 뉴스타파 말고는 없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운전자 한무상 씨를 기소의견(과실치사)으로 검찰에 송치해놓은 상태였습니다. 가족들이 세상을 떠난 것도 힘든 상황에서 “운전 실수로 가족들을 죽게 했다"는 혐의까지 받게 된 최악의 상황이었죠.

누가 보더라도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은 이상했습니다. 저는 사고차를 입수해 여러 전문가들과 장기간 검증했고 차량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부품(고압펌프) 결함이 “안전상 심각한 품질문제"라고 현대기아차 기술진들이 직접 적어놓은 문건도 찾아냈습니다. (관련기사 : ‘급발진 사고’ 의혹... 현대기아차·국과수가 덮었나)

방송 이후 검찰은 한 씨를 무혐의 처리했지만, 떠난 가족들은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취재 기간 반 년을 함께한 유족들의 아픔은 저에게도 깊게 남았습니다. 제가 이번 <내차결함포털>프로젝트를 기획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중대 결함을 안고 달리는 차, 110만 대!

사고차 운전자 한무상 씨는 정비를 꼼꼼히 받으며 차를 관리했지만, 고압펌프 결함에 관해서는 조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몰라서 차량 결함을 방치하다 사고가 나거나 갑작스러운 고장을 겪은’ 분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제작사나 정부가 차주들에게 결함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8년 1월 1일 현재, 중대 결함에 대해 실시하는 리콜을 받지 않은 차는 무려 110만 대에 이릅니다. (최근 7년간, 국토교통부 집계) 리콜대상 차량 다섯 대 중 한 대(19%)가 안전상 심각한 문제를 안고 그대로 달리는 셈입니다. 리콜보다 한 단계 낮은 결함 시정조치인 ‘무상수리'의 시정률은 이보다 훨씬 낮습니다.

우리가 다음이나 네이버에 드나들며 정보를 얻듯이, 차를 타고 다니는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타는 차의 결함을 빠짐없이 찾아볼 수 있는 결함정보 포털 사이트가 있다면 어떨까요? 제작사가 ‘아는 사람’만 와서 수리 받으라고 조용히 처리하는 무상수리 정보들도 싹싹 긁어모아 한 곳에서 전부 다 검색해볼 수 있게 한다면? 그렇게 하면 누구도 자기 차의 결함을 몰라서 사고를 당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구상으로 작업을 시작한지 반 년이 흘러, <내차결함포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