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쓸신잡6

급발진 2탄 : 주차장 세차장 미스터리

작년(2017년) 한 해만 해도 73건에 이르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신고됐습니다. 언론에 급발진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보도된 것도 여러 번이었죠. 하지만 여전히 (공식적인) 급발진은 없습니다. 제작사들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착각하고 가속페달을 밟아서 급발진이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뉴스타파 <내차결함포털>제작진은 지난 18년간의 급발진 신고 내역을 보면서 실수로 일어났다기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여럿 발견했습니다. 특히 전체 신고 건수 중 차가 서행하는 주차장에서 일어난 사고가 44.1%(전체 897건 중 396건)에 이르렀습니다. 일반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49%)와 맞먹는 수치죠.

주차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슬쩍슬쩍 페달을 밟으며 움직이는 차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액셀을 밟는 실수만으로 갑자기 폭주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신고내용을 보여드릴 테니 직접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신고 내용들은 모두 내차결함포털에서 차종별로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신고 내용들은 사건 당시 운전자의 진술에 따라 국토부/한국소비자원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①주차장 급발진 미스터리 3 주차장 급발진 미스터리 3
출처 : 나무위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요'

2006년 5월 4일 / 기아자동차 뉴 스포티지
  • * 운전자는 기아자동차가 제작한 뉴스포티지 차량을 2005년 5월경 구입하여 운행 중,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뒤 이면도로 노상주차장에서 일렬 주차된 차량 사이에 주차하려는 순간 굉음과 함께 후진 후 앞으로 돌진하면서 반대편 노면에 주차 되어있던 아우디 차량의 옆면과 추돌함.
  • * 아우디 차량은 50cm 이상 옆으로 밀리며 화단 분리대에 부딪혀 파손됨.
  • * 당시 동료 직원이 주차를 돕기 위해 수신호를 해주고 있던 상황. 굉음과 함께 뒤로 후진 후 왼쪽 바퀴가 인도 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앞으로 돌진하여 브레이크를 밟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갔지만 차량이 통제되지 않아 키를 돌려 시동을 껐음.
  • * 기아차 측에서는 스캐너로 간단하게 확인한 후 엔진에 이상이 없다며 법적으로 승소한 일이 없다고만 함.
  • * 운전자는 급발진 현상 발생한 뉴스포티지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함. (주행거리 : 약 8,000Km)

‘CCTV에 찍힌 브레이크등’

2011년 1월 19일 / 기아자동차 쏘렌토 R
  • * 운전자는 2010년 11월 구입한 쏘렌토R 차량 소유자로,
  • * 운전자의 아내가 2011. 1. 19. 18:13경 주차장 진입을 위해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올려 놓는 순간 급가속되며 20~30미터를 전진하여 반대편 차선 가장 자리의 전봇대 및 주차된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함.
  • * 아파트 CCTV 확인한 결과 브레이크 후미등에 불이 들어온 상태로 15미터 이상을 급가속 한 것으로 판단되며 차량의 에어백은 작동하지 않은 상태임.
  • * 이 사건 차량은 현재 피신청인 측 정비사업소에 입고하여 수리는 하지 않고 있으며, 기아자동차 측은 차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나 신청인은 차량에 하자로 생각되어 차량의 하자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구함.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겪은 급발진’

2011년 6월 7일 / BMW 520i
  • * 운전자는 2005. 4. 15. 한독모터스가 수입한 BMW 520i 차량을 운행하던 중
  • * 2011. 6. 7. 10:30경 제주시 도두동 소재 오일시장 내 주차장에서 주차를 위해 시속 5km정도로 전진하고 후진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던 중 갑자기 굉음이 발생하며 차량이 흔들리다가 앞에 있던 차량과 충돌하고 다른 앞 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 같은 해 6월 9일 한독모터스 부산지점으로 차량을 입고함.
  • * 이 사고로 인해 앞차량의 범퍼가 파손되고 앞차량의 탑승자가 부상을 입어 2주 진단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그 전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됨. 동 차량 사고 전인 2010. 12. 28. 10:00경 신고자의 아들도 제주시 노형로터리에서 신호대기 중인 두 대의 차량을 발견하고 서서히 전진하다가 정차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자 굉음을 내면서 껑충껑충거리면서 전진하다가 정차 중인 두 대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수리비를 보상한 일이 있었음.
  • * 사고 당시 경찰에 신고가 되어 사고조사를 받고 피해자와 합의를 하여 상해사고는 처리가 되었으나 신청인은 동 차량이 급발진 현상으로 3회나 발생한 것을 고려할 때 (추가 사고 1회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신고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음) 더 이상 차량 운행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하여 한독모터스에게 이의를 제기. BMW 본사에서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하며 보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임.
 

어떤가요? 위 사례들은 모두 주차를 위해 천천히 움직이던 차가 갑작스레 날뛴 상황입니다. 착각으로 가속페달을 밟아 일어난 사고라고 볼 수 있을까요?

주차장 급발진 사고뿐 아니라 세차장 급발진 사고도 특이합니다. 세차장이라는 단일 장소에서 일어난 급발진 사고가 전체 신고 건수의 4.5%(897건 중 40건)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먼저 구체적인 사례를 볼까요?

②세차장 급발진 미스터리 3 세차장 급발진 미스터리 3
출처 : 나무위키

‘세차기를 망가뜨린 급발진'

2008년 11월 6일 / 기아자동차 오피러스
  • * 운전자는 2006. 7. 10 피신청인이 제작한 오피러스(A)를 구입하여 운행 중 2008.11.6 08:42경 능동주유소(S-Oil)에서 주유 후 자동세차기를 통해 세차함.
  • * 기어를 중립에 놓고 진입하여 세차하던 중 중간지점에서 차량 급발진 현상이 나타나 세차요원이 세차기 작동을 멈춤. 세차 중 기어 변속을 하지 않았음에도 급발진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능동주유소에서는 세차기 파손에 대한 수리비를 청구하고 있음.
  • * 세차 중 급발진 현상으로 파손된 차량 및 파손된 세차기 수리비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함.

‘급발진으로 세차원을 충격'

2011년 6월 8일 / 기아자동차 카니발II
  • * 운전자는 2002년식 카니발II 차량 소유자로 2011.6.8. 14시경 금천구 시흥1동 소재 주유소에서 세차 후 출구로 5m정도를 주행 후 세차원의 정지 신호에 따라 변속기어를 중립에 놓는 순간 갑자기 차량 소음이 발생하면서 급발진이 되어 세차원을 부딪침. 그 뒤 약 30m 전방의 주유소 철제 기둥을 들이받고 콘크리트 담장을 부딪힌 뒤 차량이 멈춤.
  • * 이에, 보험사와 기아자동차에 연락하였으나 기아차 측은 확인 결과 차량 변속레버는 중립(N)에 놓여있었고 기계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동 건 차량의 원인 규명과 함께 보상을 요구함.

‘10미터 전속력 질주'

2014년 10월 22일 / 현대자동차 그랜저 XG
  • * 운전자가 2014년 10월 22일 그랜져XG(2006.12월식/21,000km) 차량으로 잠수교 북단 오른쪽의 남경주유에서 자동세차를 마친 뒤 파란불이 들어와 "N"에 있던 기어를 "D"에 놓는 순간 차량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튕겨 나갔음.
  • * 안전벨트를 매고 에어백이 전개되어 많이 다치지는 않았음.
  • * 차량이 폐차할 정도로 파손되었으나 제작사에서는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함.
  • * 운전자는 10m 내외되는 거리에서 그렇게 크게 충격을 받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다고 함.
  • * 100% 급발진인데 대기업에서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운전자 과실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임.
  • * 운전자는 정부차원에서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함.
 

이처럼 세차장에서 세차 직후 일어난 급발진 사고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16년 2월에는 세차를 하고 나온 차가 급발진해서 옆에 서 있던 사람을 쳤는데, 이 분이 결국 사망했던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죠. 법원은 운전자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학술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세차 중인 차량의 시동이 켜져 있을 경우 차량 내 공기와 연료, 수분이 뒤섞이면서 엔진 상태가 변화해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이 무죄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세차 후 급발진을 겪은 운전자가 손해배상을 제기해 제작결함을 인정받은 케이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위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운전자가 운전을 잘못한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제작사에 차를 잘못 만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어중간한 영역에 급발진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밖에도 차량의 결함이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차의 이상한 움직임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신고 내용도 많습니다.

‘비만 오면 질주본능'

2004년 6월 29일 / 기아자동차 쏘렌토
  • * 운전자는 기아자동차가 제작한 쏘렌토 차량을 2003.4.24일 구입함(A,디젤.주행거리: 2만km)
  • * 비만 오면 컴퓨터 오작동, 굉음 발생, 급발진 현상이 7회 발생.
  • * 처음에는 주행 도중 튕겨 나가 기아차 측 이의제기 하니 과실을 인정하고, 최고기술진이 고쳤다고 한번 더 타라고 하여 탔으며, 또 다시 문제가 발생되면 교환을 해준다고 하였으나 결국 6월 24일 7회째 수리 의뢰함. 구두상으로 약속한 차량교환을 요구 하니 다시 완벽하게 수리를 해준다고 함.
  • * 사실조사 후 당초 약속대로 차량교환을 요구함.

‘귀신들린 시동버튼'

2009년 10월 21일 / 현대자동차 NF 쏘나타
  • * 운전자는 2009. 5. 14. 현대차가 제작한 NF 소나타 차량을 인수하여 운행하던 중
  • * 2009. 10. 21 신청인이 서울에서 평택 통복동 보성아파트 사거리 신호대기 중 갑자기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밟고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RPM 상승하여 급히 시동버튼을 껐지만 시동버튼이 스스로 동작하여 같은 현상이 발생함.
  • *시동버튼을 껐는데도 자동적으로 세 번이나 시동이 켜지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당시 동승자가 옆에 있어 상당히 놀란 상태이며, 차량의 운행상태를 촬영하는 차량 블랙박스에도 저장되어 있음.
  • * 신호대기 중 급발진과 시동 꺼짐, 켜짐 현상이 반복되는 NF소나타 차량의 원인규명 및 보상을 요구함.
 

물론 이 사건들 모두가 급발진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국과수에서 교통사고분석과장으로 재직했던 대전보건대 과학수사과 박성지 교수는 “급발진 사고 10번 중 9번은 운전자의 착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대전보건대 박성지 교수
대전보건대 박성지 교수
 

하지만 박성지 교수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차량 결함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고 보는 사건도 많습니다. 앞선 사례처럼 차가 급발진하는 시점에 블랙박스에 분명히 브레이크등이 켜진 경우가 대표적이죠. 사고기록장치(EDR)에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고 나오는데 차량이 폭주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파괴적입니다. 저는 작년 1월 보도한 <'급발진 사고' 의혹... 현대기아차·국과수가 덮었나> 급발진 의심 사고 2건을 다뤘습니다. 두 사고에서 희생된 사람만 다섯 명입니다. 멈춰 있던 차가 폭주하면 충격시 속도가 높지 않으니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지 않겠지만, 이 방송에 나오는 사례처럼 달리는 차에서 급발진이 일어날 경우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결함은 대부분 재연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복잡한 구조의 차량 일부가 문제를 일으켜서 출력이 폭증한 뒤 차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죠. 정부는 급발진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도 했지만 결국 재연불가 라는 이유로 급발진은 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피해를 본 사람들은 그 누구도 배상받지 못했습니다.

급발진에 대해 꾸준히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